뻘글

3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inKrain 2022. 10. 11. 16:35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 삶에 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잠으로 도피했다. 어느 곳에도 내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로서 존재했다.

 

내가 없다는 게 꽤 괴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러지는 않았다. 애초애 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러나 괴로움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 모순된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괴로움의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잘 모르겠다.

 

삶에 의욕이 없는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할까. 잠만 자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깨어있는데도 깨어있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나는 살고 싶었지만, 살아가는 법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삶의 의미를 몰랐기에, 살아가는 법을 몰랐기에, 사는 이유를 몰라서 살아갈 줄 모르겠다.

 

글도 안 쓴지 꽤 오래되었다. 무슨 글을 써야할 지 몰라서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사실 쓰고자 하는 의욕도 없었다. 내가 살아있는 이유를 모르니까 쓰고 싶은 게 없었다. 이러면 안 돼는데, 나는 아무래도 아마추어인 듯 싶다. 프로는 아무리 아프고 아무리 힘들어도 글을 쓰는게 프로일텐데 아직도 프로답지 못하다.

 

프로가 되고 싶은 뜻이 있는데, 뜻이 있다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내가 더 무력하고 무능력했다. 아무래도 내가 간절함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간절함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일 텐데 내게는 그런 힘이 없다. 내 스스로를 바라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한숨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다.

 

이런 쓰레기 같은 불쏘시개조차도 쓸 수 없는 글 따위를 쓸 바에는 그냥 아무런 글을 쓰지 않는 게 더 좋지 얺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런 글이라도 쓰는게 조금이라도 더 낫지 않을까.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이니까. 나는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

 

오늘 쓴 이 글은 언제가 지워버리고 싶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바라지 않았을테다. 분명이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모습은 너무도 볼품없고 무력하고 나약하다. 이런 내 모습은 어린 시절 순수하던 나에게 실례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변하려 하지 않은 게 더 최악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름답지 못한 글이라도 써보려 한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내가 나임을 인지할 수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나는 이렇게라도 발버둥을 쳐본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내 마음의 괴로움을 조용히 외쳐본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존재해본다.

 

이런 글을 다시 쓰고 싶지 않다. 다음 글은 조금이나마 더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