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야, 그것 뿐이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멈춰 선 사람이 한명이 있어.
어른이 되지 못하고,
아이 인채로 머물지 못하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지
나로부터 멀어져가는 마음은 이제는 알지 못해.
지쳤을 뿐이라고
피곤할 뿐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일은 그만두려 해.
원래부터 주변의 일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았어.
억지로 나를 바꾸려니 달라지긴 해.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게 좀 더 불편해.
나는 누구인지 헷갈리는 건 이상하니까
정신을 차리니 나는 그 어디에서 속하지 못 했어.
홀로 붕 떠있는 다는 말로는 전부 표현이 안 돼.
모두가 자신의 자리가 있는데
내 자리는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내가 아는 내 모습은 나에 대한 평가랑 너무 달라서
스스로가 너무 혼란스러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나는 좋은 사람이 절대 아닌데
호의를 의심하는 버릇을 다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다시 도져버렸어.
왜 나를 좋아해주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이상해.
이런 나에게도 미래라는 게 있을까
아니 애초에 이 세상에 내가 있을까
지금 괴로워하는 건지 슬퍼하는 건지
알지 못하니까 누워있는 것조차 귀찮아.
꿈만을 바라보았던 돈 키호테 라만 차
내일을 외면하고 오늘을 살아간 햄릿
갓 스물이 넘은 나는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위해서 하루를 버티지?
아이들은 변태를 하지 못하고 곧바로 어른이 되고
나만 어른조차 되지 못한 채 골방에 갇혀있고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너무 무능력하고
나는 결국엔 나이고, 그것 뿐이야.
나를 어둡게 물들이고
다시 하얗게 물들이고
무채색의 청년의 채도는 불명
어디까지 달려온 건지도 어디를 향하는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