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지를 못하잖아.
잠이 들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마치 네 생각이 나는 데에는 이유가 없는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은건 일상이었다.
겁쟁이였던 나는 사소한 일 하나에도 벌벌 떨곤했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이유는 내게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없는데는 너무 욕심이 많아서 일까.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검게 썩어문드러진 마음을 보고 기겁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
솔직히 말하자면, 너가 그런 사람일거라고 기대하고 있어.
웃기지, 나는 너에 대해서 아는 게 하는도 없는데 말야.
그럼에도 너를 믿는 이유는
이런 쓰레기같은 사이트를 여전히 들락날락해주는 건
분명 어딘가 따뜻함에 네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너에 대해서 아는게 아무것도 없지만 말야.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점점 글을 쓰는 간격도 커져만가고
글의 내용도 비슷비슷해져 가는데도
너만큼은 여전히 이곳에 와주는 거잖아.
나에게 무슨 기대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겁쟁이인 나는 가끔씩 이런 호의조차도 의심하게 되버려.
하지만 내 글이 좋아서라든지, 내가 좋아서라든지 그런 말은
전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많이 썩어빠졌어.
때때로는 밝은 글도 쓰고
때로는 희망을 노래하는 글도 써내리고 싶어
그러나 내 마음속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가 그러지 못하게 막아
알고 있어. 그런 글만 써내려 가다간 독자가 모두 떨어져 나갈거란걸.
그렇기에 너의 그 따스함을 더 의심하게 돼
이 사이트가 뭐라고, 이 글이 뭐라고, 내가 뭐라고
어째서 너는 여전히 나를 찾는 거야.
아직은 내가 너무 나약해서 마음이 강하질 못해.
오늘도 잠이 들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를 몰라.
마치 네가 이곳을 와주는 이유를 나는 모르는 것처럼.
(BE'O - 네가 없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