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아팠던게 어제같은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어느 새 너 없는 삶에도 적응이 되었나봐. 분명 며칠전만해도 심장이 쓰라리게 아파서 숨쉬기도 버거웠는데. 언제까지나 아파하지 말라고 인간이 진화해왔나봐. 오늘은 우연히 너를 발견했어. 직접만난건 아니야. 어쩌다가 네 소식을 접한거지. 그런데 네 이름만 봐도 발작을 일으키던 내가 이제는 무덤덤하드라.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고개를 끄덕일 뻔 했지.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잘 모르겠어. 직접 너를 만난게 아니니까. 너가 내 눈에 들어오면 또 어떻게 반응할지. 그런데 적어도 이제는 그 통증이 약해지고는 있나봐. 교통사고가 났을 때에도 그렇게까지 아파하지는 않았는데, 이 통증도 점점 익숙해지는 걸까. 어쩌면 요즘 들어서 너로인해 마음이 아플틈이 없어서 그런걸 수 도 있어. 별 관심은 없겠지만, 그 날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쓰라린 감정들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서 말야.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어.
그동안 멋대로 의지해서 미안해. 물론 너는 전혀 몰랐겠지만, 너몰래 좋아하고, 너몰래 상처받곤 했어. 그래도 너의 존재자체만으로 내 버팀목이 되어줬는데, 멋대로 그런 역할을 부여해서 미안해. 참, 내가 못됬어. 못나기도 했고. 애초에 내가 많이 모자랐어. 알고 있었어. 너랑 만난것 자체가 기적인데, 뭘 더 바란건지. 내가 내 주제를 파악하기만 했어도, 우리는 지금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내가 마음이 조금 꺾여버렸어.
너에 대한 마음이 꺾인 걸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그냥 내가 내 자신이 많이 꺾여버렸어. 프래그먼트라는 말을 혹시 아는지 모르겠어. 파편이란 뜻을 가진 단어인데, 어디에서는 이 단어를 내 자신이 나 자신일 수 있는 이유를 지칭해. 그리고 그 프래그먼트를 모두 망각해버리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지. 자신이 자신일 수 있는 증명이 사라지는 것이니까. 퍼슨에서 휴먼이 되는 거야. 개인으로서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는거지. 잡설이 길었네. 그래서 나는 내 프래그먼트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는 날에는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 지 모르겠어. 요즘, 표정을 짓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된 표정을 짓지 못하는 것 같아서말야. 그저 스쳐지나가고 싶지는 않지만, 용기가 사그러졌어. 너가 나를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말야. 그래도 나는 아마 네게 인사를 건네겠지. 부디 인상을 찌푸리지만 말아줘. 정말 많은 용기를 낸걸 알아주면 좋겠어. 그래도 여태까지 내가 해온짓을 후회하지 않으려해. 내 나름대로 발버둥친 결과마저 부정해버리면, 나는 프래그먼트를 모두 잃어버릴지도 몰라.
잡설이 길었네. 그래서 그냥 모처럼 머리를 좀 잘랐어. 그냥 그렇다고. 오늘은 머리를 좀 잘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