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230226 (반대급부)
inKrain
2023. 2. 27. 02:23
주말동안 잠만 잤다. 많이 피곤해서 그런건 아니었다. 그냥 깨어있기 싫었다. 주말이 싫은건 한 두번이 아니니까. 주말의 나는 무력하다. 도망쳤을뿐이다. 잠이라는 곳으로. 약간의 쓸쓸함에 대한 면역력도 잃어버린 것 같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들곤한다. 외로울 줄 아는 건 행복할 줄 아는 증거가 아닐까하고. 반대 급부가 있으니까 외로운게 괴로운게 아닐까. 심리학을 전공했다면 좋았을걸 가끔 후회스럽기도 해.
간만에 커튼을 쳤다. 하늘엔 역시나 별이 보이지 않았다. 나를 가두는 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주말동안 처음 집을 나갔다. 23시였다. 밖은 생각보다 추웠다. 알맞게 추웠다. 아무도 없는 한강공원은 나를 위한 것 같았다. 하염없이 걷다보면 조금은 답이 보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답이라는 녀석은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애초에 계속 걸을 수도 없었다. 한강공원은 끝이 있었으니까. 한강공원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새벽의 한강은 쓸쓸했다. 아니 쌀쌀했다. 아니 쌀쌀맞았다.
답답한 마음에 한강을 가면 마음이 한층 답답해져온다.
그럼에도 한강을 가는 건 어째서일까.
새벽 두 시에는 전화를 걸 사람이 없다.
뭐 사실 오후 두 시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오늘 내게 전화를 걸어준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봄이 오고 있다.
조금은 쓸쓸할지도 몰라.
이번 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