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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지 못하는 마음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나봐.

제가 변했다는 것을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학년이 올라가고 있고,

제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졌습니다.

저도 여느 사람처럼 평범한 어른이 되가고 있나봅니다.

 

분명 그 시절에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했는데,

요즘에는 당신이 먼저 전화를 걸어주어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시간이라는 괴물이 저를 잡아먹어버린 걸까요.

도무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였을까요. 더 이상 당신 생각을 하지 않게 된 날 말입니다.

이제는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지 않아져 버렸습니다.

가끔 친구들에게서 당신의 이름이 언급될때나 당신이라는 존재가 있었지

아, 그런 사람도 있었지라는 생각만 들고 맙니다.

 

그 때의 우리가 너무 어렸던 걸까요.

아니면 지금 우리가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요.

당신이 그립지 않게 된 제가 조금 낯설 뿐입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걸 잊어갈지가 두려울 뿐입니다.

 

저는 의문일 뿐입니다.

과연 저는 무엇을 위해서,  또 무엇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분명 10년 전에는 당신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저 하루를 버텨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제 당신이라는 목표조차 잃어버린 나는 과연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채 6개월도 되지 않아서 지칠대로 지진 내 쉼터는 어디에 있나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데, 저는 두렵기만 합니다.

원래 어른은 꿈을 모두 잊어버리고 현실에 치여서 살아가는 존재인가요.

 

만약 어른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존재라면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직 어른이 될 자신이 없는데 말이죠.

아직도 종종 이루지 못할 꿈을 바라보는 저는 어떡해야할까요.

아직도 종종 잃어버린 꿈을 찾아내려는 저는 어떡햐야할까요.

 

저는 내일이 두렵습니다.

예전에는 당신을 잃을까 두려웠다면

지금은 저를 잃어버릴까 두렵습니다.

저라는 사람의 의미는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게 아닙니다.

당신을 아직 완전히 잊어버리지 않은 저를 기억하기 위해서

완전히 어른이 되어버리진 않은 저를 기억하기 위해서

이 슬픔과 공허함을 기억하기 위해서 글을 남깁니다.

 

당신은 이미 진작에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잊혀졌는걸요.

가혹한 건 당신이 아닙니다.

가혹한 건 시간이라는 괴물이고

그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저 뿐입니다.

 

 

(백아-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