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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지 못하는 마음

못다한 나의 이야기

 

지금은 나 혼자 걷고 있지만 내일은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아직도 이런 마음을 품고 살고 있다고 한다면 아마 비웃음을 당하겠지. 그야,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말이다. ‘우연히마주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부러 돌아서 걷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완전 유치하고 현실성 없는 바보짓인걸 아는데, 왜 오늘도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를 우연히 마주치는 행운 두 번 다시 찾아올 리 없는 게 당연한데.

 

가끔씩 내가 나를 바라봐도 정말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더 솔직해지면 좋을텐데, 왜 나는 솔직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걸까. 특히 너 앞에서만 서면 머리 속이 하얗게 돼서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게 꼴사납다. 그러다 결국,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변명을 하고 만다. 용기가 없다는 것을 장황하게 포장하고 합리화를 한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할 수 없는데, 내가 봐도 내가 참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 처음이라서 너에게 다 말하지 못한 거야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니다. 그러나 너라는 사람은 내게 처음인지라, 전부 말할 수 없는 건 맞는 것 같다. 나와 다르게 너에게 나는 그냥 아는 사람에 불과하니까. 혹시나 그냥 아는 사람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전직할까 봐 자꾸 너 앞에서는 꾸미게 된다. 내 모습도, 내 마음도, 내 감정도 모두 꾸며낼 수밖에 없다. 우선은 그냥 아는 사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나는 매일 길을 돌아서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다. 자꾸 만나자고 하는 이상한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까.

 

떨리는 마음을 간직한 둘만의 거리 수줍기만 했던 우릴 기억하니

그러다가 정말로 우연히 만난 그 날을 기억하는지 묻고 싶다. 해가 진 저녁에 일부러 제일 먼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날, 너를 그 정류장에서 마주친 날을 나는 잊지를 못한다. 그 날부터였던 것 같다. 매일 가장 먼 길을 일부러 걸어가면서 너와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는 바보짓을 하게 된 것이. 그러나 같이 버스를 기다린 그 5분 남짓의 시간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걸 어떡하면 좋을까.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는 일임에도 네가 주인공였기에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솔직한 내 맘을 전할 게

다음에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솔직한 내 맘을 전하고 싶다. 물론 혼자서 끄적이는 낙서장에서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걸 실제로 네 얼굴을 보며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안다. 절대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알다시피 나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니까. 이상한 사람이 되어 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무엇보다 무서워하는 겁쟁이다. 그래서 이 낙서장에서나마 내 마음을 한줄 적어 보려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직도 널 많이 좋아해

 

(다이아 그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