假痴不癫
삼십육계 중 이십칠계
그러나 가끔은 내가 정말로 미쳐버린게 아닐까라고 생각해.
그 날 밤 홀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했던 다짐은 중2병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아직도 그 작은 다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
벌써 다시 봄이 오기 시작해버렸어. 이번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봄을 보내지는 않으려고. 나. 처음으로 나를 위한 봄을 보내보고 싶어. 피어나는 봄꽃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 처음이라서 무서워. 그런데말야 나도 한번쯤은 사치를, 한번쯤은 오만을, 한번쯤은 이기심을 품으면서 살아가고 싶어.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든지, 책임감이라든지, 이타심이라던지 전부 던저버리고 말야.
그 동안 줄곧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살아갔어. 처음에는 세상을 미워했어. 그런데 말야, 이상하게만치 세상은 미움받아 마땅하지 않더라고. 그래서 이 사회를 미워하기로 했어. 역시나 이 사회도 미워할거라고 없는거 같았어.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 내 주변인을 미워하면서 말야. 그때는 너무 어렸어. 2008년이면 벌써 15년 전이네. 그래도 곧 알아챘어. 미운건 결국 나라고. 그 때부터였나봐.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건. 솔직히 2005년 이전의 기억은 별로 없어. 나를 위해 살아간 날이 나를 미워하면서 살아간 날보다 5배는 더 길었다고 글로 적으니까 조금 충격적이다. 그러니까 15년 동안 성장한게 하나도 없지. 내 시간은 15년 전 3월에 멈춰버렸어.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다시 초침을 돌려보려고. 아주 느리겠지만 내 시간이 다시 흘렀으면 좋겠어.
광대로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편한 일이야. 솔직히 말해서 남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기도 하고. 그런데 그 삶에는 내가 없었어. 하나의 npc였을 뿐이야. 물론 아직도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말은 와닿지는 않지만, 조연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기 시작했어.
그거 알아요? 나도 한때는 꿈이 있었어요. 행복을 바란적도 있고요. 내알을 기대하면서 잠에서 깨어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처음부터 지금처럼 그저 살아지는대로 살고싶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진짜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 나를 찾고 싶어서.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어서. 아무래도 좋았어. 나를 찾을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말야. 결국은 다람쥐 챗바퀴에서 달리고 있었던 거였더라고.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나는 케이지에 갇힌 챗바퀴에 갇혀있었어.
하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발버둥을 쳤던 순간들을 뻘짓이나 개고생 아니면 청춘같은 적당한 말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결국은 그런 순간들이 결국 저였는 걸요.
맞이할 봄에는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내가 잊어버린 나를 위해서 살아보려해요. 저는 광대가 되고나서는 한번도 최선을 다해본 기억이 없거든요. 노력을 하는 법도 잊어버리고, 목표를 달성해본 기억도 너무 오래전이라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동안 제가 기억하는 딱 하나, 딱 한가지가 있어요. 그건 말이죠. 몸을 버리고 마음을 버리고 나를 버리는 거에요. 이번엔 나를 위해서 나를 버려볼게요. 어쩌면 제가 정말로 물리적으로 쓰러질지도 몰라요. 건강도 많이 나빠지겠죠. 그런데 말이죠.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의 눈동자가 얼마나 빛나는 지 알아버렸는걸요. 저는 이미 출발선에 서버렸어요.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잖아요?
상남자 특) 꿈을 위해 몸을 버림, 게이 특) 몸을 위해 꿈을 버림.
여태까지 게이처럼 살아온 업보죠.
이번만큼은 실패해도 좋아. 그니까 포기하지만은 말자.
할수 있어.
이번엔 혼자가 아니니까. 진짜 사람들과 함께잖아.
나를 조금은 정말로 좋아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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