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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될까?

미안, 기운 내라고 많이 해줬는데

더는 기운이 잘 나지를 않네.

억지로 웃으면 그래도 힘이 날 줄 알았는데.

오늘처럼 도저히 힘이 나지 않는 날도 있나봐.

 

여태까지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해왔는데

이제는 그것도 한계가 찾아온 걸까.

문득문득 모든걸 내려놓고 싶어져

어깨가 너무 무거워. 아직도 많이 어린가봐.

 

마음같은 건 이미 진작 죽어버려서

슬픔도, 우울도, 괴로움도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악착같이 살아있었나봐.

지금 조금 슬프고, 조금 우울하고, 아주 조금 괴롭네.

 

그래도 다른 사람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이 지구라는 행성은 너무 불행한 행성이잖아.

80억개의 괴로움과 우울과 슬픔이라니 너무해.

 

이미 많이 지친거 같아. 더는 기력이 없네.

이대로 쉬고 싶은데, 조금만 쉬고 싶은데,

이미 너무 많이 쉬어버려서 더 쉬어버리면

영영 쉬어버릴까봐 조금 겁이나. 아주 조금.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조금 우울해도 될까?

조금만 눈물을 쏟아내도 될까?

조금만 방에서 불끄고  이불속에 숨어도 될까?

잠시만, 아주 잠시만 그럴게.

 

꼬마야, 용서해줘. 너가 바라던 멋진 어른이 되지 못한거 같아.

오히려 너보다 나약하고, 한심한 사람이 되어버였네.

꼬마야. 용서해줘. 너가 바라던 어른은 내게 너무 힘들어.

많이 노력한 거 너도 봤잖아. 잠시만 쉬어갈 게. 미안해.

 

오늘만 조금 솔직해볼게.

내가 뭘 더 해야하는 걸까.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되는데.

내가 뭘 어떻게 더 해야하는거야.

 

알려줘.

이런건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어.

가르쳐줘.

나는 이제 뭘 해야하는 거야.

 

모든 게 실패하고

모든 게 좌절되고

모든 게 엉망이면

뭐를 더 해야할까.

 

꿈 같은 것도

사랑 같은 것도

행복 같은 것도

이젠 다른 사람 이야기 같은 걸.

 

이렇게 절망적으로 절망에 빠진 날엔

조금은 우울해도 되지 않을까?

그조차 하지 않으면 정말로

다시 일어서지도 못할 것 같아.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어.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북극성 같은 별말야. 그 꿈을 잊어버린 지는 얼마나 오래 지났을까. 다시 떠올린 이 순간에는 스타는 커녕, 어른조차 되지 못한 사람만 존재했어. 그 좌절감은 꽤나 마음을 좀먹더라. 재능없음을 눈치 챈 순간은 너무 늦은 순간이라 되돌릴 수 없었어. 별이 되지 못하고 무엇이 되가는 걸까. 걸어온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겠어. 다만 이미 초라한 뒷모습이 후회로 가득차지 않도록. 그처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자. 뒤를 돌아보지 말자. 지나온 길은 추억으로 남기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다시 일어설 필요는 없으니까 쓰러지면 기어서라도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보자. 그렇게 앞으로 기어가다 끝난다 해도 좋으니까.

 

이젠 별이 되지 않아도 돼.

안녕.

내 어린 날의 꿈.

내 오래된 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