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다녀왔다. 큰 문제는 없었지만 건강이 좀 안 좋아진 모양이다. 이래가지고는 준혁이형한테 건강챙기라고 할 처지가 못 되는 데.
사실 안 좋은데는 따로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곤한다. 요즘 들어 영 제정신이 아닌것 같은 기분이다. 아닌가 몸이 안 좋아서 정신이 혼탁해지는 걸까. 전후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 확실한건 마지막으로 편안하게 잠든 날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거다. 아무래도 뭔가 있나보다. 잠드는 게 두려운 시점에서부터 제정신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래선지 어제도 밤을 샜는데 오늘 4시간밖에 안잤다. 그 4시간마저도 2시간씩 2번 쪼개서 잔거다.이상하다. 매일 2시간을 자면 저절로 깬다. 이런 증상같은 건 아무래도 엑스레이나 피검사로는 알아챌 수 없나보다. 어쨋든 운동을 해야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
밤이 되면 결국 또 한강공원으로 걸어나고만다. 커피를 한병 들고서. 이곳에 온 이유는 또 알아채지 못했다. 그냥 운동삼아서 나왔다고 치자.
간만에 보고 싶었던 사람이 생각이 나버렸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이것도 습관이다. 제정신이 아닐때마다 그 사람 생각나는 거. 솔직히 이제 만나도 아는 척도 못할텐데 떠올려서 뭐할건가. 버릇이다 버릇. 십 수년만에 겨우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또 실패했다. 그래도 확실히 이제는 얼굴이나 목소리도 희미하다. 이미지와 이름 그리고 그치 같은 추억만 남아있지.
아마 조만간 이름마저 잊어버리겠지.
곧 학교에 가겠지. 개강이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엔 너무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만창만해도 개강 후의 만창은 내가 알던 만창과 많아 다르겠지. 19학번들이 복학하고 23학번들이 들어오겠지. 솔직히 그들과 그들과 잘 어울릴 자신이 없다. 다시 사람이 무서워져 버렸다. 지긋지긋한 병이다.극복한줄 알았다고 생각한건 오만이었다. 언제적 상처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는걸까. 또 한편으로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정도면 영구적 장애로 받아들이고 사는 편이 나을까 싶기도 하다.
무섭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다시 홀로 남겨지는 편이다. 그니까 이번 학기도 학교를 나가는거 아니겠는가. 조금 바보같이 보이더라도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거 아닐까.
4학년 답지않게.
병원 한번 다녀왔다고 이렇게 기가 죽어서 안되지. 궁상은 이 한강에서만 떨고 집에가서는 아무렇지 않아야지.
명심하자.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중히 대햐야한다고. 내가 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무거울 수 있다고. 누구나 상처를 한 두개를 품고 살아간다고. 그러니 그 상처를 벌리지 않도록, 새로운 상처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조심하자. 때로는 거리를 둘 줄도 알자. 특히 요즘처럼 정신이 불안정할수록 더.
나를 위한 조언은 아닐지도 몰라. 지금 필요한건 너무 큰 기대를 품지 말자나 너무 정을 주지 말자나 너무 진짜 나룰 드러내지 말자같은 거일텐데. 그런 비정한 조언같은건 별로 따르고 싶지 않아. 지금은 말야. 나중에 여유가 난다면 반드시 따를게. 하지만 지금은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야. 조금 무리하더라도 이해해줘. 정 안되면 정신병원이라도 다닐게. 그러니 이 마음을 무시하진 말아줘.
역시 마포대교-서강대교 사이엔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바람이 오늘따라 차가워. 손이 얼어버릴거 같아. 내 손을 위해서 이제 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
(일시적 광기-감정 폭발 2턴째 /수면공포증 12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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