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조금 더 잘 썼으면 좋겠어. 아직도 내 글은 여전히 형편없거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니까, 부족한 내 글 실력을 보면 분하기도 해. 그 전에 앞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왜 나는 내 감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걸까. 매일 힘들다고 외치면서도 뭐가 힘든지를 모르는 바보가 나야. 그냥 막연한 감정만을 느낄 뿐 그 감정의 원인도 과정도 감정도 잘 몰라. 이런 현상이 어째서 나타나는 걸까.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걸까 아니면 감정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걸까.
때로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힘든 일도 없을 거도 아픈 일도 없을 거고 글을 못 쓴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일도 없을거 잖아. 대부분 사람들은 감정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아갈텐데 왜 나는 그러지 못하는 걸까. 감정이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보다는 감정으로 힘들었던 시간이 더 길어서 그랬던걸까.
만약에 내가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그 모습에 사람들은 나를 차갑다고 이야기 할 거야. 어쩌면 사이코패스라는 소문이 돌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성가시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왜냐면 나는 기분 나빠할 감정이 없거든. 작년까지의 나였다면 분명히 그런 삶이 지금의 삶보다 좋다고 여겼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렇게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 너무 좋은 사람은 너무 많이 만나고 말았거든. 이 사람들에게 차갑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졌어. 게다가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해서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 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너를 만나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 감정이 없는 사람도 느낄 수 있는 슬픔과 상실감일 거야.
감정은 아직도 나를 아프게하고 괴롭게 하지만, 가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데, 그 행복에 중독되었나봐. 그러니까 대부분의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는데도 감정을 포기하지 못하잖아. 감정을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생겨버렸어. 제빨리 버려버렸어야 하는데, 나도 참 나를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네.
그래도 요즘은 감정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커. 아직도 명명하지 못하겠는 감정을 종종 느끼거든. 예를 들자면 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 감정도 그 중 하나야. 이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 감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평소에도 감정을 많이 연구 하고 있거든.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감정 연구의 일환이니까.
그래서 글을 조금 더 잘 쓰고 싶어. 글을 조금 더 잘 써서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 글을 조금 더 잘 쓰는 사람이 된다면, 내가 모르는 감정을 알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리고 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이 감정이 뭔지 꼭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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