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후회가 나를 찾아오곤 해. 그건 대부분 너와 관련되어 있어. 너 앞에 있으면 내가 제대로 된 판단을 잘 못내리나봐. 긴긴 고민 끝에 내리는 결정은 대부분 나를 아프게 했어. 너 앞에서는 나답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 화가 나. 이제는 후회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
이미 알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감정을 숨기는 걸 잘 못해. 감정이 얼굴 그대로 드러나는 스타일이야. 그런데 너 앞에서는 그동안 억지로 그 감정을 숨겨 오려 했어. 숨긴다고 해서 숨어지는 것도 아닐 텐데. 오히려 어색한 표정을 지었을지 몰라. 그치만 그건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마음이었어.
부끄러움을 숨기고자 하지 않으려고. 너 앞에서 감정을 숨기려 할수록 너와의 사이가 더 멀어지는 것 같아. 나는 너와 가까워지고 싶은데 내가 너를 향한 마음을 숨기고 있잖아. 이 얼마나 모순되는 현상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나답지 않은걸.
나 다운 게 뭔지 나도 잘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돌진하는 성격이잖아. 우격다짐으로 모든 걸 해결하지만, 내가 어떻게 되고 상황이 어떻게 되든간에 덤벼들고 보는 사람이잖아. 이런 내가 고작 부끄러움 때문에 머뭇거린다니, 아마 그만큼 너와의 관계가 소중한가봐. 너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잘못된 것 같아.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나의 우격다짐스러운 성격을 보여주고, 나의 무모함을 보여주고 싶어. 물론 너는 이게 싫을 수도 있겠지, 모든 곳에서 갑작스럽게 급격히 변화를 가져오니까. 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 네가 느끼기에는. 하지만 너 앞에서는 다름 사람들 앞에서 짓는 거짓 미소를 짓고 싶지 않아.
너는 나에게 있어서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니까. 인연을 오래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니까. 너와의 시간이 소중하니까. 너 앞에서는 가면을 벗을게. 가면을 벗은 내 모습은 좀 흉측할려나?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아껴준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아.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 딴에는 긴긴 고민 끝에 내리는 큰 결심이거든. 어라? 아까는 긴 고민 끝에 내리는 결정은 대부분 나를 아프게 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긴 고민을 해버렸네. 그러나 이번엔 아프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려고. 내가 나답게 결정한 거니까.
그러니 너는 전과는 조금 달라진 내 모습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내 바람일 뿐이지. 너가 싫어한다고 해서 내가 나답게 행동하는 걸 멈추지는 않을거야. 오히려 너가 내 모습을 좋아하도록 만들고 싶어.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방식이지만, 이게 나인걸. 실망시켰다면 미안해. 그러나 더 큰 실망을 안기고 싶지는 않으니까. 한시 빨리 가면을 벗으려 해.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거야. 너와의 인연은 소중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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