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봄에는 너를 잊겠다고 다짐하였는데, 봄이 오기도 전에 너를 잊어버렸다. 내가 생각보다 더 매정한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쉽게 너를 잊다니. 인연의 종말은 너무도 쉽게 찾아왔다.
간만에 다시 네 꿈을 꾸었다. 많이 놀랐다. 내가 아무렇지 않아서 많이 놀랐다. 분명 여름때만 하여도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보고 싶지도, 그립지도, 안부가 궁금하지도 않다.
대체 언제 널 잊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우리 사이의 영원한 작별은 찾아오고 말았다. 아마 다시는 만날 일도 소식을 들을 일도, 문득 생각날 일도 없어지겠지. 너가 보고 싶을 일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인연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에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너와의 기억을 떠올려 보고 싶지만, 역시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겨우 너를 잊었는데 말이다. 작별을 받아들일 줄 아는 나이고, 받아들이기 좋은 순간이니까. 이제는 마음 속 너였던 것을 완전히 지워야겠다.
빈 자리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너였던 자리는 이미 많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다른 걸로 채워지고 있다. 아주 빠르게. 오랜 날, 오랜 시간 나의 전부였던 네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아쉬움은 없다. 이런 날이 찾아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으니까.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정말로.
너를 완전히 잊어버린 앞으로의 삶을 너가 지켜봐 줬으면 하는데, 아마 평생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너는 진작의 내 존재를 잊어버렸으니까.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도 않잖아. 그런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나도 이제는 너가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아졌으니까. 너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점점 너라는 존재가 희미해 지는 게 예전에 슬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졌다.
나는 너라는 존재를 잊어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사람마다 어른이 되는 방법이 다른데, 너를 잊어가면서 나는 어른이 되어가나보다. 나의 어린 시절, 나의 동심, 나의 추억이 담겨 있는 너를 지워가며, 나는 천천히 마음이 죽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너가 듣지 않을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한다. 나와 우연히 만나고, 예고치 않게 사라져줘서 고마워. 이제 너라는 사람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거야. 너가 나를 영영 잊어버린 것처럼 우리는 이제 서로를 기억하지 말자.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알지 못하자. 그렇게 서로의 길을 걸어가자. 마지막으로 너를 응원할게. 앞으로는 너를 잘 떠오르지 못할 테니까. 아직 기억이 남아있을 때, 진심을 담은 응원을 전할게.
잊혀져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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