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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가끔 포기하고 싶어진다, 오늘 같은 날은 특히.

때때로 내일이, 미래가 두려워지곤 한다. 내 자신이 너무 작아보인다. 주변 사람들은 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걸어가는데, 거울 속의 나는 형태가 없다.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를 잘 모를 때가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내가 잘하는 게 뭘까. 하나도 모르겠다. 타인이 말하는 내가 잘하는 것은 모두 빈말 같고, 남이 말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겉치레로 하는 말로만 들린다. 자존감이 바닥을 쳐서 그런 건 이미 알고 있다.

 

남의 시선같은 건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이미 나는 남들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로 다르니까,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나를, 나만을 바라보았더니 그게 괴로웠다. 벌써 22살이나 된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이임에도 여전히 생각이든 행동이든 뭐든 어린이 같다. 너무 빨리 시간이 흘러버려서 어른이 되고 말았다. 어른이 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세상은 가혹하다.

 

어른이지 못한 어른이 되어버린 기분은 정말 좋지 않다. 어른답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나는 천재가 아니었다. 천재는커녕 범재도 되지 못한다. 내 자신은 작고 타인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리니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졌다. 이 조차도 핑계에 불과하다 그냥, 내가 의존적이고 내가 무능력한 건데.

 

그래도 나를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너무 많이 미워해서 더 나를 미워할 건더기가 없다. 그리고 사회는 생각보다 더 냉랭하고 차가워서 나라도 나까지 나를 미워한다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미워하지는 말아야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별 의미는 없는 행동임은 아는데도 이렇게라도 나를 지키고 싶다. 오늘같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날은 더욱더. 나를 미워하는 일은 조금 뒤로 미룰 수 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이 세상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존재했던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 세상은 너무도 넓기에,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뿐이어도 좋으니 나를 평생 기억해준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혼자 무너질 때도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 악으로라도 버틸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이왕이면 그 한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너에게 내가 평생 잊혀지지 않을만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뭐가 있을까. 아마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너는 이미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기억하는 관계라면 그것이야말로 인연으로 묶인 사람이 아닐까. 나는 너와 인연으로 묶이고 싶다. 너와 인연으로 묶인다면 오늘 같은 날이 또 찾아온다더라도 버틸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