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에는 의미가 없다. 그저 단어의 나열이고 글씨의 연속일 뿐이다. 그곳에는 주제도 뜻도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이라는 희미한 선을 따라 단어들이 춤추고 있을 뿐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럴듯해 보이기만 하고 아무런 실속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이 글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쓸 줄 모르는 쪽과 더 가깝다. 기교만 존재할 뿐 아무런 내용이 없다. 요약을 할 내용이 글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글을 계속 쓰고 있으니 우스울 뿐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이런 글에 어떤 의미가 있길래 글을 써내려가는 걸까. 나는 그 의미를 모르겠다. 그저 세상으로부터의 일시적인 도피일 줄도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건 뭐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현실로부터 비겁하게 도주하는 거다. 현실을 바라보기에 너무 겁이나니까. 나만의 세상으로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세상조차도 형편없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나도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이런 글 밖에 쓸줄 몰라서 분하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기엔 이미 성한 곳이 없다. 더 이상의 채찍질을 견딜 수 없다. 그렇다고 당근을 내밀 용기가 없다. 이런 글을 나는 좋은글이라고 보지 않는데 당근을 줘버리면 내가 이런 글에 안주하지 않겠는가.
과연 이런 글이라고 평한 내 글의 문제가 뭘까.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까. 그렇다면 의미라는 건 뭘까. 주제가 없는 게 그렇게도 큰 문제였을까 싶기도 한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뱉어내는 것이 나쁘기만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은 나는 내 글을 못 쓴 글이라고 단정짓고 만다. 솔직히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괴테가 아니라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지 못한 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일까. 그러나 나는 괴테가 아니다.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나는 23살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지 못하겠지.
그럼에도 내가 키보드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할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기 때문인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전문적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등단을 한 것도 아닌데. 역시 현실로부터 도피할 공간이 필요한 걸까. 나의 세상, 나만의 작은 세상이 필요한 걸까.
어쩌면 둘 다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의 답답함과 공허함을 배출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는 내 내면의 착잡함을 이렇게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키보드를 잡게 만드는 게 아닐까. 이런 작은 단어 하나하나에 내 감정을 싣을 수 있기에 내가 키보드를 내려놓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이런 문학성도 예술성도 작품성도 없는 양산형 글을 뱉어내는 걸까.
이런 글은 그만 쓰고 싶지만, 이런 글을 써야만 살아갈 수 있는 내가 조금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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