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눈물을 흘리는 날이 잘 없어. 분명 예전같았으면 울고 말았을 일에도 이제는 무덤덤해졌어. 매사에 눈물을 흘리는 게 좋다는 말을 아니야. 그저 내 마음이 죽어가는 것이 느껴질 뿐이야. 나에게 소중했던 것이 별게 아니게 되어가는게 마음이 아프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겨우 찾은 감정들을 다시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 다시 나를 적당주의자로 만들어버려.
어째서일까. 마음이 이토록 죽어버린게. 분명 여름의 난 찬란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걸까. 너무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것 같아서 내가 미워.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너무 큰 상처를 많이 남겨서 내가 싫네. 언제부터 나는 남들에게 상처를 주고도 뻔뻔하게 두다리 뻗고 잠드는 사람이 된걸까. 언제부터 그렇게 나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되돌아간걸까. 모르겠어. 이제와서 내가 바라던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차라리 자살무새처럼 죽고싶어하던 시절이 더 사람냄새가 났던거 같아. 그 때는 적어도 아픔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적어도 슬픔과 괴로움은 알았으니까. 그 시절이 그립지는 않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더 사람다웠던 것 같아. 그때는 욕심이 있었고, 희망을 품었고, 행복을 바랬잖아. 화도 낼줄 알고, 눈물도 흘릴 줄 알고, 가끔 진심으로 웃기도 했잖아. 요즘은 표정을 짓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표정으로 살아가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걸.
솔직히 내가 걱정돼.라고 방금 썼지만, 내가 걱정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어.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걱정이라는게 뭔지 잘 모르겠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적당주의적 사고가 이미 뇌를 지배해버렸어. 좀 더를 외치던 시절이 지난 계절이었는데,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누가 나에게 알려주면 좋겠어. 뇌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기쁨도 화도 슬픔도 즐거움도 잘 느껴지지 않아.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고 또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 봐.
블로그를 잠시 쉬어간 이유는 내가 낯설게 느껴져서였어.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써내는 곳인데, 내 마음을 모르겠거든. 점점 느껴지는 감정이 적어지기만 했어. 당연히 바빠서 그런거다, 아니면 힘들어서 그런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 같았어. 그런데 새해가 지났는데도 내가 되돌아 가질 않더라.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내가 변해버린 거라고. 나는 전처럼 감정이 풍부하지 않고, 지금도 감정이 줄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
사실 내 삶 전반을 봤을 때, 지난 여름이 이상했던 것 같아. 애초에 감정이 무딘 녀석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남들과 잠시 비슷해진거지. 원래도 공감능력이 부족했잖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난 시간이 꿈같기도 해. 내가 잠시 기분 좋은 꿈을 꾸었던 거지. 꿈은 언젠가 깨어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현실은 꿈이 아니니까. 내 꿈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물론 많이 늦었다는 걸 알아.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을지도 몰라. 그저 내가 아직 나일 수 있을때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을 뿐이야. 내 마음은 날이 갈 수록 죽어가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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