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가 행복한 한 해였다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겠어. 거기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은걸. 이미 해온 거짓말이 산더미인지라 나도 헷갈리기 시작했어. 이제 슬슬 거짓말하는 걸 멈춰야 할 것 같아. 다른 사람 때문은 아냐. 더이상 나를 속이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 거짓말에 가장 많이 속아 넘어간 내가 너무 불쌍한걸. 사실 불쌍하다는 것도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어. 마음 한 편에는 거짓말에 속아도 싸지 않나는 생각도 들고 있으니깐.
나에게 마지막으로 솔직했던 게 언제였을까. 나는 항상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 아니, 제대로 보려하지도 않았어. 본인을 아끼자고 말만 했을뿐, 나를 챙겨준 적은 없는 것 같아. 여전히 내 우선 순위에 있어서 나는 순위권 밖이니까. 나보다 더 중요한게 있어서 그런건 아닌 것 같아. 그냥 내가 중요하지 않으니까 다른 것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 거지. 바보같긴 해.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이런 바보가 또 어디 있겠어. 본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
사람들이 나에게 속고 있는게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사이코패스는 아니야. 나는 결코 좋은 사람이 못 되는데, 나를 너무 좋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 물론 그 사람들이 바보라서 나에게 잘해주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그리고 어쩌면 그 사람들 말이 거짓말이 아닐지도 몰라. 정말로 내가 내 생각보다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런데 진짜 내 모습은 아무도 모르니까. 나조차도 모르니까. 그래도 내 성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 건 사실인 것 같아.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오늘 같은 날에 눈물을 흘리진 않았을거야. 참 우습지. 내가 뭐라고 나를 동정해서 눈물을 흘려. 애초에 모순이야. 스스로를 동정하다니. 이게 무슨 상황이야. 만일 누가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울고 있다면 나는 분명 겉으로 위로해주면서도 속으로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렸을 텐데, 지금 내가 그 꼴이잖아. 참 우스운 녀석이야. 나라는 녀석은 말이지. 이러니까 내가 나를 좋게 봐줄 수 없는거야.
그런데도 작년에는 내가 생각보다 좋은 녀석일지도 모른다고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러니까 잠시 우연히 찾아온 행복은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라고 나를 속이고, 당연하고도 당연한 것들에 억울하다며 소리쳤던거야. 내가 생각보다는 좋은 녀석이니까 그에 맞는 권리를 가져도 된다고. 실상은 전혀 아닌데. 나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저기 스스로를 미워하는 찌찔한 모습은 여전한데, 나를 사랑하는 척을 했을 뿐이야. 한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으면서.
이제는 나를 그만 속이고 싶은데, 뱉은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까지가 원래의 나인지를 잘 모르겠어. 사실 거짓말을 1년가까이 했으면, 같은 거짓말을 1년 가까이 하고 그 거짓말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다면,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불러도 되는거 아닐까. 라니, 이게 무슨 궤변이야. 결국엔 거짓말인거에는 변함이 없는데. 내가 못난 내 모습을 감추려고 해온 거짓말이 너무 많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은 절대로 아닌데.
그럼에도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에게는 감사해. 물론 나에대해서 몰라서 하는 소리아닐까, 그냥 내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쉽게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 그 사람의 눈동자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걸. 그래서 그들이 나를 믿어주는 것처럼 나도 그들을 믿어보고 싶어. 설령 서로를 속이고 또 속고 있더라도, 믿음이 있다면 거짓말도 언젠가 진실이 될 수 있지않을까. 참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야. 거짓말에 절여져서 또 거짓말을 하고 있네.
그냥 그 사람들이 고마운거면서 왜 솔직하지 못하는거야. 지지리도 못난 놈을 그렇게 안 봐주는 사람들이 고마운거면서 얼마나 빙빙돌려서 말하는 건지. 그냥 고맙다고 한마디 하면 되는 걸 얼마나 길게 쓰고 있는거야. 이러니까 글 실력이 늘지를 않지. 이렇게나 답답한 사람인데도 아껴줘고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것도 순간 습관적으로 하는 거짓말이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머리속을 잠시 스쳤지만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아.
부끄러우니까.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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